풍요와 지혜의 상징인 뱀의 해, 계사년(癸巳年)이 저물고 있다. 언제나 새롭게 시작되는 새해에는 그해를 상징하는 동물에 빗대 희망을 품는다. 올해도 어김없이 뱀이 상징하는 여러 가지 좋은 징후들을 꿈꾸었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달려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해 보다 다사다난(多事多難)한 해였다. 전국의 교수들은 올 한해를 상징하는 사자성어를 도행역시(倒行逆施)라 정했다. 이는 차례를 거꾸로 시행(施行)한다는 뜻으로, 곧 도리에 순종하지 않고 일을 행하며 상도(常道)에 벗어나 억지로 함을 뜻하는 것이다. 이 도행역시는 한해를 마무리하며 지나간 시간을 겸손한 마음으로 반추하게 한다. 열심히 앞을 보고 달려 왔지만 그것이 혹여 시대를 거스르고 마음에 품은 뜻을 꺾지는 않았는지. 비록 많은 것이 기대에 어긋났지만 새해에는 더 많은 사람들의 땀과 노력이 있었기에 붉게 지는 노을 아래 선 사람들의 염원과 가슴을 따뜻하게 덥여줄 것이라고 믿는다. 충남 태안군 안면도 꽃지해수욕장에서 2013년 계사년(癸巳年) 해가 할미·할아비 바위 사이로 져물고 있다. 2013.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