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필웅 심사위원장
우직함으로 공포를 이겨내다
세상이 공포로 가득합니다. ‘메르스 같은 전염병에 걸리지 않을까?’ ‘건강검진 결과가 나쁘게 나오면 어떻게 하지?’ ‘나를 날게 하는 비행기가 추락하거나, 나를 띄우고 있는 유람선이 침몰하면 어쩌지?’ ‘이 지독한 가뭄은 뭐야?’
그리고 TV를 보거나 은행을 가거나 보험 모집인이 방문했을 때 모두들 100세 장수시대, 빈곤한 노후생활에 대해 겁을 주거나 암과 같은 질병과 재해사고 발생을 확신하며 관련 보험을 권유하기도 합니다. 말 그대로 ‘공포 마케팅’의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이번에 출품된 기자상 후보작 기사들을 보노라니 대부분 공포스러운 내용입니다.
가짜 백수오 제품 파동으로 건강제품에 대한 공포, 진짜 백수오를 재배했지만 피해를 봐야 하는 농민들의 공포, 행정기관이 개인의 정보를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공포, 기초수급권 홀몸노인의 빈곤하고 고독한 공포, 우리 아이들 학교 무상급식이 무효화 될 수 있다는 공포, 소중한 혈세가 길바닥에 낭비될 수 있다는 공포.
하지만 희망적이고 미래적인 내용도 좋았습니다. 신단양 이주 30주년을 기념해서 비록 수몰민의 실향에 대한 아픔으로 시작됐지만 벽화마을처럼 예술의 숨을 불어넣어준 사례와 귀농귀촌으로 인구유입을 통해 하나 되는 공동체로 변모하는 모습, 그리고 관광단양을 위해 모든 분들이 노력해 오래된 미래의 동력을 찾는 모습은 또 하나의 밝은 미래를 보는 듯했습니다.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는 최근 펴낸 ‘담론’이란 책자에서 우리가 일생 동안 하는 여행 중에서 가장 먼 여행은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여행’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이어 그는 또 하나의 먼 여행으로 ‘가슴에서 발까지의 여행’이 있다고 했습니다.
발은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삶의 현장을 뜻합니다. 그 삶의 현장을 치열하게 발로 뛰는 사람을 저는 ‘기자’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가슴에서 끝나는 취재가 아니라 가슴에서 발까지의 취재가 진정한 취재라고 감히 생각합니다.
이번 출품작 모두는 기자 여러분들이 가슴에서 발까지 취재한 내용이었습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세상에 자기를 잘 맞추는 사람이고 어리석은 사람은 세상을 사람에게 맞추려고 한답니다. 그러나 어리석은 사람들의 우직함으로 세상은 조금씩 변화하고 발전해 왔습니다. 역설적이지만 충북의 모든 기자분들은 어리석은 사람이길 바라봅니다.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