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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회원] '황금빛 왕궁·푸른 바다' 화려하지만 소박했던 태국

뉴스1 충북본부 / 박태성기자 | 2020.01.09 12:51 | 조회 953




뉴스1 충북본부 박태성 기자

 

"충북기자협회 사무국장 하성진입니다. 우수회원 해외연수 대화방은 '일방통행'하겠습니다."

9월 중순 충북기자협회 해외연수 단체대화방이 생겼다.

"안녕하십니까. 뉴스1 박태성입니다. 감사하고 오늘도 고생하십시오!"

인사 뒤 바로 식은땀이 맺혔다. 일방통행을 간과했다. 상대는 하성진 사무국장이다. 그는 누구인가. 충북기자 중 후진 없기로 단연 최강자다.

'일방통행이라고!' 곧 개인 메시지가 날아와 꽂혔다. 싸늘했다. 해외연수는 그렇게 시작됐다.

11월13일 5시간40분을 날아 도착한 새벽 시간 태국.

박성진 협회장과 하성진 사무국장, 충청매일 이우찬 기자와 뉴시스 이병찬 기자 등. 화려한 인적 구성에 비하면 국민의 9%가 성전환자(트렌스젠더)라는 다소 독특한 태국 사정은 무척 평범했다.

첫 일정은 태국 왕궁이다. 이동하는 차 안 최대 화두는 '코골이'였다. 서열정리가 시작됐다.

충청일보 진재석 기자는 코골이로 유명하다. 무지막지한 중저음과 압도적 성량이 일품이다.

세상은 넓다. 은둔고수가 등판했다. 이병찬 기자. 코골이 무패라는 자평을 내놨다.

빅매치가 성사됐다. 다른 방에 배정된 이들이 한방에 모여 자기로 했다. 규칙은 간단하다. 상대방 코 고는 소리에 먼저 깨면 패배다.

태국더비는 싱겁게 끝났다. 전날 비행으로 피로가 풀리지 않은 진 기자가 차에서 잠들었다. 굵고 깊은 소리에 전율을 더할 무호흡 퍼포먼스까지. 무패신화 이병찬 기자는 잠들지도 못한 채 KO패했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왕궁. 1932년 입헌군주국이 된 태국은 동남아시아 국가 중 식민 지배를 받지 않은 유일한 나라다. 왕은 정치에 개입하지 않는 상징적 존재다. 정치는 총리 몫이다.

자칫 특권층으로만 비칠 수 있지만 왕실은 존경과 사랑을 받는다. 나누기 때문이다. 막대한 재산을 지키는 데 급급하지 않다. 병원 건립 등 국민 복지에 상당한 돈을 투자한다.

다만 67세에 즉위한 지금의 왕 와치랄롱꼰(라마10세)는 기이한 사생활(?)로 사랑보다 관심을 받고 있다고 한다.

이제 웃음기는 사라졌다. 입장을 위해 복장부터 살펴야 했다. 반바지와 민소매 등은 제한됐다.

황금빛으로 빛나는 신성한 건물은 웅장했다. 국민 90% 이상이 불교를 믿는 태국의 사원들과 강 위로 터전을 꾸린 수상가옥. 화려함과 소박함이 어우러진 태국이 한눈에 들어왔다.

바쁜 걸음으로 태국의 역사·문화를 느낀 뒤 막간의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요트를 타고 푸른 바다로 나갔다. 대자연 한가운데서 줄낚시를 시작했다. 고급 어종 '다금바리'가 잡힌다고 했다. 다른 관광객도 많았다. 승부다. 충북 사건기자로서 자존심이 있다.

자리를 잘못 잡았을까. 성적은 초라했다. 손바닥만한 물고기 2마리를 잡았다. 그나마 내가 낚은 고기는 너무 작아 놓아줬다. 결국 한 마리다.

낚시가 끝나자 요트 승무원은 회 세 접시를 들고 왔다. 우리가 잡은 고기란다. 나는 기자다. 명백한 '뻥'이다. 예수가 떡 5개와 물고기 2마리로 5000명을 먹였다는 오병이어의 기적을 태국에서 경험했다.

기적으로 허기를 달래고 해양레포츠에 나섰다. 제트스키가 끄는 2인승 소파 형태 보트다. 속도감은 물론 물 위를 통통 튈 때마다 충격이 전해진다.

이병찬 기자와 충북일보 연단비 기자가 먼저 떠났다. 빠르게 바다를 가르는 이들은 의식이 없어 보였다. 마네킹이 탄 줄 알았다. 이우찬 기자와 중부매일 배석현 기자 차례다. 역시나 마네킹이다.

내 차례다. 박성진 협회장과 보트에 올랐다. 모두가 보고 있다. 멋지게 타고 싶었다.

몇 배 빠르고 길게 보트가 움직였다. 나중에 들어 보니 협회장을 겨냥한 현지 가이드의 부정 청탁이 있었다. 태국의 맛을 보여주라는 부탁이었다.

"노(no)! 스탑(그만)! 슬로우(slow)!"

불안을 느낀 듯 박성진 협회장이 유창한 영어를 마구 쏟아냈다. 제트스키 소음 탓에 전달되지 않았다. 결국 한국말이 튀어나왔다. 외국인을 향한 짧고 강렬했던 외침은 상상에 맡긴다.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마네킹이 나았다. 왕은 쉽게 잡히지 않는다. 나 홀로 바다에 떨어져 태국의 짠맛을 실컷 봤다.

"타고 후회하는 것보다 안타고 아쉬운 게 낫지."

모두 지켜본 하성진 사무국장은 탑승을 거부했다. 명언처럼 포장했지만 '무섭다'는 말이다. 후진 없는 일방통행 최강자에게서 약간의 인간미를 느꼈다. 연수 최대 소득이다. 그렇게 조금씩 서로를 알고 더 가까워졌다.

시간은 상대적이다. 취재와 마감으로 고된 일상에 비하면 태국 일정은 쏜살같이 지나갔다.

3박5일 여정의 막바지, 긴장을 놓을 무렵 반전이 일어났다.

공항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코골이가 시작됐다. 강도는 더 세고, 잠꼬대가 더해졌다. 진재석 기자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마구 튀어나왔다. 진 기자는 눈을 뜨고 있었다. 그가 아니다.

이병찬 기자다. 기름진 음식 탓인지 유독 소화제를 자주 찾던 이병찬 기자는 모든 피로를 코로 쏟아냈다.

박성진 협회장과 하성진 사무국장은 진 기자에게 정중히 사과했다. 억울한 일인자의 삶을 산 진 기자는 누명을 벗었다.

끝은 늘 아쉽다. 반전까지 겪고 이제는 떠날 시간이다. 녹록하지 않은 환경에서 현장을 누비며 늘 땀 흘리는 동료들과 충북기자협회 덕에 보낸 여유였다. 감사했다.

동료들에게도 이런 여유가 주어질 수 있도록 다시 땀 흘릴 것을 다짐하며 비행기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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